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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 학수고대하던 날

아마.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이 안나는 것이 아니라면.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는 달라지겠지. 믿음과 상처. 헛된 기대와 그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얼마나 일방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되짚어 보게 되는 곡이라 생각이 든다.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시간은 강물 처럼 흘러갔고, 과거는 이미 손에 잡을 수 없다.

생각 안나요?

"전 여자친구 생각 안나요?" 라는 질문을 들었다.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어찌 그 예전 일이 기억이 나겠냐만은.그래도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란 것이 분명 존재하나보다.그 것이 공부와 관련된 지식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적어도 여자와 관련된 기억 중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몇가지 있다. 고등학교 때 복도에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고백.당황하던 그 아이와 오히려 덤덤했던 내 자신.그리고 기억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와 좌절감. 수능이 끝나고 집에 바래다주는 길에서 했던 첫 키스."난 나쁜 여자야."라고 강조하던 그 아이와의 대화.그리고 왜 흘리는지 알 수 없었던 그 아이의 눈물. 아침에 집 앞에 서 있으면 한참 늦은 시간에 졸린 ..

Shima & Shikou Duo - Look Down On The Sea From The Top

(Youtube 에 이 곡이 이 공연 실황 버젼 밖에 없는데 볼륨이 작네요.) "난 내려다 보는 것이 무척 좋아. 그냥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잖아. 단지 그 뿐이야." 24살 때 했던 말이었다. 동네에 도덕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는데, 그 산의 정상보다 더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전망이 정말 좋은 곳이 있다. 그 곳에서 했던 말이었다. 그 위치를 언제 발견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별 일이 없을 때도, 혹은 별 일이 있으면 그 곳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그 전망을 바라보는 것을 하나의 축복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곳에 누군가와 같이 간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물론 나에게 있어서) 일이 었고, 거기서 했던 대화가 이렇게 기억이 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CDP를 들고 올라갔었는데, ..

외롭다고 말하면 정말 외롭다.

날씨가 추워지는 날이 오면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다. 연락을 하는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쓸쓸하기도 하다는 것이라 말하는데, 거의 10년을 알고 지낸 이 사람에게서 난 사람은 마음 먹은대로 다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매년 확인하며,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사람은, 마음 먹으면 다 이룰 수 있다니까. 널 보면 확신을 할 수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은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럼 어쩌니, 마음은 의지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닌 걸." 사실 마음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것은 욕심이 섞여 있는 마음, 배려심 없는 마음을 전제로 했을 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도 종류가 있다. 받고 싶은 마음과 주고 싶은 마음, 획득하기 위한 마음과 버리기 위..

위로와 참견에 대하여.

오늘도 당신은 나에게 좋은 말만 하려고 해. 언제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다른 누군가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고 하기도 하지. "신경쓰지 말아줘." 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근데 너무 걱정돼서 그래." 라는 말로 내 의지를 묵살시키지. 당신은 아마도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거야. 왜냐하면 당신은 세상에 그 어떤 이들보다도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잘 할 수 있고 또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것에 관한 이야기야. 위로와 참견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일까? 그건 그 누구도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을 거야. 사람은 각자 다 다르니까. A는 극심한 애정결핍증세가 있어서 "아, 제발 나에게 뭐..

책은 당신이 아니다.

"저기, 그 책 재미있니?" 그녀는 말이 없이 거의 다 읽은 책장의 한 쪽을 넘기며 나를 슬쩍 쳐다본다. 맞다. 이 아이는 한 번 책을 펼치면 도중에 놓는 법이 없었다. 무척 뜨거웠던 여름 바다에 놀러갔을 때도 그 아이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사실 무슨 책이 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그 책이 기억이 안난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왜냐면, 나도 읽었었거든. 그 책을.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그 아이는 책을 읽느라 잠을 안자고, 내가 일어날 때 그 아이는 책을 다 읽고 잠이 든다. 덩그러니 남겨진 그 공간에 뭔가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그 책 뿐이었다. 사실 그녀가 읽은 책을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의 관심사와 그녀의 지향점, 혹은 그녀의 취향..

과거라는 방, 그 앞에서.

타들어 갈 듯 작렬하는 태양 아래부채질을 하며 지금을 욕한다아, 과거는 정말 아름다웠는데다시 생각해보니 그땐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언제쯤 다시 느낄 수 있을까심장 고동 소리가 내 가슴에 닿는 느낌어떤 향기라도 닿으면 아름다워지는 머리카락어떤 거리에도 명확할 것 같은 그대의 목소리절대로 다신 느낄 수 없음에 슬퍼졌다 모든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된다그때의 현재는 술에 취하듯 빠져들 수 있는천천히 내 몸에 잠식하여 전부가 되는 존재숙취와 같은 고통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태양 아래 있어 고통이 가시지 않는 거라 위로한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면 달빛이 아름다워바라보면 담배를 필 수 밖에 없다 말하고과거를 또 다시 추억하고 현재를 부정한다과거는 안에서 잠긴 방 같아, 들어갈 수가 없어, 이거 슬퍼요분명히 무언가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