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Complaint 9

생각 안나요?

"전 여자친구 생각 안나요?" 라는 질문을 들었다.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어찌 그 예전 일이 기억이 나겠냐만은.그래도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란 것이 분명 존재하나보다.그 것이 공부와 관련된 지식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적어도 여자와 관련된 기억 중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몇가지 있다. 고등학교 때 복도에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고백.당황하던 그 아이와 오히려 덤덤했던 내 자신.그리고 기억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와 좌절감. 수능이 끝나고 집에 바래다주는 길에서 했던 첫 키스."난 나쁜 여자야."라고 강조하던 그 아이와의 대화.그리고 왜 흘리는지 알 수 없었던 그 아이의 눈물. 아침에 집 앞에 서 있으면 한참 늦은 시간에 졸린 ..

외롭다고 말하면 정말 외롭다.

날씨가 추워지는 날이 오면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다. 연락을 하는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쓸쓸하기도 하다는 것이라 말하는데, 거의 10년을 알고 지낸 이 사람에게서 난 사람은 마음 먹은대로 다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매년 확인하며,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사람은, 마음 먹으면 다 이룰 수 있다니까. 널 보면 확신을 할 수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은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럼 어쩌니, 마음은 의지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닌 걸." 사실 마음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것은 욕심이 섞여 있는 마음, 배려심 없는 마음을 전제로 했을 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도 종류가 있다. 받고 싶은 마음과 주고 싶은 마음, 획득하기 위한 마음과 버리기 위..

위로와 참견에 대하여.

오늘도 당신은 나에게 좋은 말만 하려고 해. 언제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다른 누군가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고 하기도 하지. "신경쓰지 말아줘." 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근데 너무 걱정돼서 그래." 라는 말로 내 의지를 묵살시키지. 당신은 아마도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거야. 왜냐하면 당신은 세상에 그 어떤 이들보다도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잘 할 수 있고 또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것에 관한 이야기야. 위로와 참견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일까? 그건 그 누구도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을 거야. 사람은 각자 다 다르니까. A는 극심한 애정결핍증세가 있어서 "아, 제발 나에게 뭐..

책은 당신이 아니다.

"저기, 그 책 재미있니?" 그녀는 말이 없이 거의 다 읽은 책장의 한 쪽을 넘기며 나를 슬쩍 쳐다본다. 맞다. 이 아이는 한 번 책을 펼치면 도중에 놓는 법이 없었다. 무척 뜨거웠던 여름 바다에 놀러갔을 때도 그 아이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사실 무슨 책이 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그 책이 기억이 안난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왜냐면, 나도 읽었었거든. 그 책을.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그 아이는 책을 읽느라 잠을 안자고, 내가 일어날 때 그 아이는 책을 다 읽고 잠이 든다. 덩그러니 남겨진 그 공간에 뭔가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그 책 뿐이었다. 사실 그녀가 읽은 책을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의 관심사와 그녀의 지향점, 혹은 그녀의 취향..

과거라는 방, 그 앞에서.

타들어 갈 듯 작렬하는 태양 아래부채질을 하며 지금을 욕한다아, 과거는 정말 아름다웠는데다시 생각해보니 그땐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언제쯤 다시 느낄 수 있을까심장 고동 소리가 내 가슴에 닿는 느낌어떤 향기라도 닿으면 아름다워지는 머리카락어떤 거리에도 명확할 것 같은 그대의 목소리절대로 다신 느낄 수 없음에 슬퍼졌다 모든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된다그때의 현재는 술에 취하듯 빠져들 수 있는천천히 내 몸에 잠식하여 전부가 되는 존재숙취와 같은 고통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태양 아래 있어 고통이 가시지 않는 거라 위로한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면 달빛이 아름다워바라보면 담배를 필 수 밖에 없다 말하고과거를 또 다시 추억하고 현재를 부정한다과거는 안에서 잠긴 방 같아, 들어갈 수가 없어, 이거 슬퍼요분명히 무언가 존..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 그 것은 다시 말하자면 그만큼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외로운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지만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의력이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즉, 너무 외롭다고 해서 마음을 쉽게 허락하면 안된다는 뜻이 된다. 나는 이 것을 손난로에 비유하곤 한다. 잠시 따뜻하다고해서 평생 손난로만으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 같이 말이다. 외로워서 쉽게 마음을 허락하고 또 그만큼 쉽게 상처입는 사람의 공통점은 따뜻함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말, 따뜻한 품, 따뜻한 손길, 따뜻한 숨결. 하지만 누가 누군가에게 이끌린다는 건 따뜻함을 보고 가능하더라 할지라도 그 관계를 계속 좋은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차가움을 ..

임시저장 글만 쌓여간다.

한달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사실 거의 완성된 글은 몇 개가 있다. 임시저장된 글이 9개가 있다고 나오는데 그 글들을 쭉 둘러보니 왜 올리지 않았는지 이유가 너무도 명확하면서 또 지우기에도 망설여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답답하다. 꽤나 장문의 글들도 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딱 하나가 부족하다. 그 것은 바로 느낌. 그 순간과 지금 순간의 느낌이 너무도 달라서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쓴 글 같은 착각도 일어난다. 이런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동안 무척 더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더우면 잠이 오지 않고, 잠이 오지 않으면 책을 읽게 되고,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사실 난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은 어떤 책이었으며 내가 그 책을 읽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을 쓰는..

사진을 버렸다.

사진을 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내 의도가 아니었다. 하드웨어의 결함으로 인한 복구 불가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사라져 버릴 운명이었으니까. 2002년부터 찍었던 사진을 한 곳에만 저장해뒀던 나의 부주의함이 원인이었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은 자신만의 소유물이자 절대 남에게선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이고 독자적인 느낌이 있었고, 그렇게 패쇄적인 것은 결국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확률이 높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리고 찾아오는 공허함. 여기까지 적은 내용은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만큼 엄청난 충격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3일 연속 술을 마실 정도였으니까. 술 잔을 비우고 비워도 계속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셔터를 ..

비가 왔던 5월 14일 오후의 기록

비가 계속 내려서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날이다. 하늘마저도 계속 같은 표정을 짓는 것처럼 하루 종일 흐리기만 하다. 좋다. 이런 느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환상은 아주 잠시나마 마약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으니까. 우산을 대충 어깨에 걸치고 쭈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기분이 어떤지 비흡연자 (물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지 않았던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들은 분명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다른 이가 쭈그려 앉아 담배를 건내고 불을 붙여준 후 우산을 아주 조금 더 그 사람 쪽으로 치우치게 하여 그 사람을 비로부터 보호할 때, 바로 그 때 느껴지는 내 젖은 어깨. 하지만 담배는 절대 비를 맞아선 안되며 나보다 더 소중한 것처럼 여기는 걸 깨달았을 때, 난 실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