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Complaint

위로와 참견에 대하여.

bhbara 2012. 9. 23. 01:56



 오늘도 당신은 나에게 좋은 말만 하려고 해. 언제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다른 누군가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고 하기도 하지. "신경쓰지 말아줘." 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근데 너무 걱정돼서 그래." 라는 말로 내 의지를 묵살시키지. 당신은 아마도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거야. 왜냐하면 당신은 세상에 그 어떤 이들보다도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잘 할 수 있고 또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것에 관한 이야기야.



 위로와 참견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일까? 그건 그 누구도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을 거야. 사람은 각자 다 다르니까. A는 극심한 애정결핍증세가 있어서 "아, 제발 나에게 뭐라도 이야기 해주세요. 난 그 행동에 대해 겉으론 퉁명하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정말 깊은 감사를 느낄 터이니..." 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B는 "아.. 제발 날 혼자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 이럴 때 필요한 건 혼자 있는 시간인데..." 라면서 짜증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라구. 즉 위로와 참견의 경계선을 니 멋대로 긋고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은 아프리카 지도와 같은 거야. 알지? 아프리카는 예전에 유럽 강대국들에게 지배를 받고 지도를 자로 찍찍 그어서 경계선을 정한 거 말야. 그래서 지금 아프리카는 어때? 겁나게 싸우고 있잖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구. 이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면 어떤 이는 폭발할 수도 있다니까? 



 아, 그래그래. 하지만 당신의 말은 어찌됐건 좋은 의미로 하는 것이니 나쁜 건 아니지 않냐고 물었어. 그래. 물론 그 의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건 아니야. 얼마나 착한 행동이겠어. 관심을 갖고 좋은 말을 해준다는 것은 무척 아름다운 행동이지. 하지만 말야. 그 아름다운 행동을 하기 전에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거라구. 말을 하고자 하는 상대가 그 것을 원해야 한다는 것이지.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했어. 꽃은 아름답지. 하지만 여자는 그 남자에게 꽃을 받길 원치 않아. 근데 그 남자가 계속 꽃을 줘. 그럼 여자는 어떻게 할 것 같아?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하거나 어쨌든 그 것을 원치 않음을 표현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계속 꽃을 준다면? 그건 이미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의도는 사라지고 자기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되는 거야. 좋은 말을 해주는 것도 같다구. 상대가 원치 않는데 계속 그런다면 그 것은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무리한 것을 강요하는 거야. 이렇게 했으면서 상대방이 "아.. 그래.. 고마워.." 라고 말한다면 그 고맙다는 말은 진심으로 고마워서 하는 말일까 아니면 그냥 그 상황을 넘어가자고 해서 하는 빈 말인 것일까? 아마도 후자일 경우가 더 높을 거야. 왜냐면 원치 않은 것이었으니까.



 상대방의 좋은 의도에 무조건 좋은 반응을 보일 의무는 없는거야. 그건 전혀 나쁜 행동이 아니라구.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당신은 "난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고 싶은데 저 사람은 왜 그걸 방해하는 걸까?" 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야. 이 세상은 드라마나 영화, 혹은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의 대화같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너무 걱정돼서.." 라는 말의 저 점 뒤엔 당신은 "너무 걱정돼서 뭔가 이야기 해주고 싶어" 겠지만 상대방은 "너무 걱정돼서 널 가만 냅 둘 수가 없어." 라고 해석 될 수도 있는 거야. 그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니까 당연히 거절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 적어도 상대방의 문제에 대해 논하려고 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야? 왜 "내 생각은 이렇다 넌 어떠냐?" 라는 식으로 당신의 입장을 우선시 하려고 하는 거야? 좋은 말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해도 모를거야. 그러니 딱 하나만 알아뒀으면 좋겠어. "됐어요." 나 "신경쓰지 마세요." 는 "나는 당신이 싫어요." 가 아니라는 것 말이야. 그러니까 이러한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미 당신의 눈엔 미움이 가득 서려있구나. 난 그게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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