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Complaint

외롭다고 말하면 정말 외롭다.

bhbara 2012. 11. 13. 07:27



 날씨가 추워지는 날이 오면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다. 연락을 하는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쓸쓸하기도 하다는 것이라 말하는데, 거의 10년을 알고 지낸 이 사람에게서 난 사람은 마음 먹은대로 다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매년 확인하며,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사람은, 마음 먹으면 다 이룰 수 있다니까. 널 보면 확신을 할 수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은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럼 어쩌니, 마음은 의지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닌 걸." 



 사실 마음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것은 욕심이 섞여 있는 마음, 배려심 없는 마음을 전제로 했을 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도 종류가 있다. 받고 싶은 마음과 주고 싶은 마음, 획득하기 위한 마음과 버리기 위한 마음.  전자와 후자의 기분은 아쉬움과 후련함. 이렇게 나뉘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앙금이 남아 뿌옇게 흐린 물이 담긴 컵과 깨끗하게 비워버린 컵에 비유하고 싶다. 



 마음을 먹을 땐 그 것을 최대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별 일 아닌 것처럼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도 좋고, 공책에 몇 번이고 써도 좋다. 얼굴 보기 힘든 사람에게 전화로 이야기 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그런 여러가지 상황으로 마음을 표현할 때 그 마음이 과연 진짜 자신의 마음인지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외롭다고 말하기 전에 "나는 정말 외로운 사람인가?" 에 대해 몇 번을 혼자 고민하면서 몇 날 몇 일을 밤을 새보는 것은 꼭 해봐야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외로운 문제 뿐 만이 아닌 다른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연락을 한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을 알고난 후 5명의 남자친구와 만나고 헤어졌으며, 남자친구가 있을 땐 주변 사람들과 같이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시고 놀이동산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땐 서로 술 한잔 하고 노래방에 가서 같이 노래부르며 울어주는 친구들도 항상 곁에 있었다.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없는 공백기때 직장 상사의 욕을 다 들어주며 같이 욕해주는 무조건 그 사람 편인 여러 친구들도 많았으며, 부모님이 혼자 살 집도 구해주고, 기특하게도 월급이 나오면 꼬박꼬박 선물을 챙겨주는 동생도 있는 사람이다. 사실 외로울 시간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고장난 냉동실에 갇혔는데 얼어죽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첫번째, 나는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받아도 결국 난 외로울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에게 강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즐겁기만 바라기 때문에 기분 좋은 감정을 오래 유지 시킬 수 없는 것이다. 이건 치명적인 욕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외로운 사람이 됨으로써 받는 타인의 위로에 길들여져서 마치 습관처럼 계속 이러한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충분히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데 말이다.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봐. 그럼 분명 안 외로워질 걸?" 이렇게 이야기 했더니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정말 그럴까?" 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100%는 아니지만 적어도 몇 번은 외롭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 그 것만으로도 좋겠지. 그 몇 번만 이라도 해냈다는 생각에 기뻐질테니까." 



 도전해본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난 과연 또 언제 외롭다면서 연락이 올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금 웃음이 나왔다. 성격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도전. 과연 도전까지 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한 동안은 이 것에 대해 고민해 볼 것 같다. 나도 어느 정도 틀어진 사고방식과 감정을 소유한 사람 같아서 약간 기분이 상한 채 담배 한 가치 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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