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hemera 3

2008.3.18

문득 상상을 한다. 상상과는 전혀 상반된 행동을 하다가 정말로 문득. 보리차를 끓이다가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참 웃기다. 보리차를 끓이면 냄새가 나면서 김이 나기 마련인데. 그 냄새가 향수처럼 느껴진다. 다가온 봄의 향기처럼 느껴진 것은 바로 김. 퐁퐁 솟아나는 그 김을 보면서 아지랑이라고 느껴진 건. 분명 친구의 말 처럼 한국식 주입 교육이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렴 어떤가. 주입식 교육을 받았어도 하고 싶은 생각은 다 할 수 있으니까. 다시 상상 속으로 들어가보면. 봄 날에 야외 테라스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다. 보리차 냄새가 나는 커피 2잔. "맛이 없어요!" 반도 마시지 못하고 그냥 무작정 나와버리고, 그 가게를 마구 욕하면서 걸어간다.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에 맞춰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

Thinking 24.

내 눈을 잘 봐. 그리고 잘 들어봐. 진정 독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예전 추억을 차곡차곡 정리를 해봤지. 딱 떠오르는 술이 하나 있더군. 그 술은 아주 작은 호리병 속에 담겨 있었는데 뚜껑을 연 순간 방 안이 그 술의 향기로 가득 찼지. 그 향기가 어찌나 독한지 심장이 두근두근 하는 거야. 잔에 술이 따라지는 소리도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오히려 더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들었지. 그래도 용기를 내서 단숨에 들이켰어. 손바닥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처럼 그 술은 내 속을 구석구석 훑고 지나가더군. "아,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했어" 라고 하나하나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고마웠어. 그동안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잊고 지냈었는데 말이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 술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