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Complaint

생각 안나요?

bhbara 2013. 5. 15. 02:42

 


"전 여자친구 생각 안나요?" 라는 질문을 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어찌 그 예전 일이 기억이 나겠냐만은.

그래도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란 것이 분명 존재하나보다.

그 것이 공부와 관련된 지식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여자와 관련된 기억 중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몇가지 있다.

 

고등학교 때 복도에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고백.

당황하던 그 아이와 오히려 덤덤했던 내 자신.

그리고 기억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와 좌절감.

 

수능이 끝나고 집에 바래다주는 길에서 했던 첫 키스.

"난 나쁜 여자야."라고 강조하던 그 아이와의 대화.

그리고 왜 흘리는지 알 수 없었던 그 아이의 눈물.

 

아침에 집 앞에 서 있으면 한참 늦은 시간에 졸린 눈을 부비며 나왔던 그 아이.

무슨 샴푸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모든 계절에 다 어울리던 그 향기.

차가운 캔커피 두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을 때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어깨.

 

군대가기 이틀 전에 롯데월드를 가서 춥다고 덜덜 떨던 그 입술.

그리고 하루 전에 해운대 를 보러 가자고 했던 엉뚱함.

군대가고 처음으로 전화를 했을 때 느껴지는 그 사람의 목소리의 떨림.

 

우연히 보게 된 문자에 억겁 무너지는 그 느낌.

그리고 평생 다신 안 할 오랜 기다림.

추위조차 잊게 한 나의 분노.

 

결국 난 이렇게 대답했다.

"응. 무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야."

 

사실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를 보면 전 여자친구가 떠오른다.

내 기억상에 항상 그러한 불안정함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을 나쁜 여자라 했다.

아마도.

내가 나쁜 남자라고 여겨졌기 떄문에 지기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은 전부 다 너무 착했다.

그저 상처받기 싫어하고 겁이 많고 눈물이 많고 마음 약해서 그런 것일 뿐,

 

아무 것도, 어떤 것도 남아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공중에 흩날려진 민들레 씨 같은 느낌이랄까.

어디선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살고 있다.

 

나만 아직 공중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발 디딜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바람은 너무도 급히 흘러가고, 그 누구도 붙잡아주지 않는다.

손이 없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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