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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 잠이 늘었어

잠이 늘었다는 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난 잠을 깊게 자지 못하게 됐으니까. 그 것은 무척 어렸을 때의 일이다. 그 어떤 이유가 없었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무척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 풀지 못하는 숙제와 같은 문제의 해답을 딱 내려주니까. 그 것은 바로 무언가를 극복했을 때의 안도감. 바로 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에서 무척 인상적인 가사는 거울 속 나를 피하지 않게 됐다는 가사였다. 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크나큰 실패를 경험했을 때도 거울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도 거울을 보고 아무 느낌이 없었다. 과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피하는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김신우 - 오늘이 가면

"오늘이 가면 비가 올거야. 아니 사실은 오늘이 가기 전에 비가 오겠지.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내일은 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지. 그 생각하는 시간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마구 마구 기억나는거야. 이걸로 드라마 30편 정도는 쓸 수 있을걸." 예전에 친구와 영상 작업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하지만 곧 그 진부함에 실패할 것이란 결론이 바로 나왔고 순식간에 잊혀졌다. 그 때 들었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다. 하지만 그 때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는 그 후로 이 곡을 자신의 래퍼토리에 추가를 시켰고, 부를 때마다 사람들이 누구의 노래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그럼 김신우의 곡이라고 대답을 할 때마다 우리가 나눴던 그 때가 기억나고, 그 이야기처럼 내일이 오기까지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하곤 한..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 그 것은 다시 말하자면 그만큼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외로운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지만 너무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의력이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즉, 너무 외롭다고 해서 마음을 쉽게 허락하면 안된다는 뜻이 된다. 나는 이 것을 손난로에 비유하곤 한다. 잠시 따뜻하다고해서 평생 손난로만으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 같이 말이다. 외로워서 쉽게 마음을 허락하고 또 그만큼 쉽게 상처입는 사람의 공통점은 따뜻함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말, 따뜻한 품, 따뜻한 손길, 따뜻한 숨결. 하지만 누가 누군가에게 이끌린다는 건 따뜻함을 보고 가능하더라 할지라도 그 관계를 계속 좋은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차가움을 ..

임시저장 글만 쌓여간다.

한달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사실 거의 완성된 글은 몇 개가 있다. 임시저장된 글이 9개가 있다고 나오는데 그 글들을 쭉 둘러보니 왜 올리지 않았는지 이유가 너무도 명확하면서 또 지우기에도 망설여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답답하다. 꽤나 장문의 글들도 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딱 하나가 부족하다. 그 것은 바로 느낌. 그 순간과 지금 순간의 느낌이 너무도 달라서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쓴 글 같은 착각도 일어난다. 이런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동안 무척 더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더우면 잠이 오지 않고, 잠이 오지 않으면 책을 읽게 되고,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사실 난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은 어떤 책이었으며 내가 그 책을 읽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을 쓰는..

Solomon Burke - Don't Give Up On Me

"이 노래 들려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헤드폰과 함께 CD를 선물해줬다. 사실 이 앨범은 이 곡 빼곤 마음에 드는 곡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볼 사람에게 선물로 줬던 것은 이 곡이 나에게 매우 큰 감정의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누구를 사랑하고 베푸는 모습이 아닌 엄청 치졸한 모습에서도 이런 느낌의 간절함이 나오는 것에 대해 무척 놀랐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고 자신은 엄청 슬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호 받고 싶어한다는 것.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것이 마음 깊숙히 와닿을지 아니면 그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일지는 상대방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긴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경험의 차이라는 ..

사진을 버렸다.

사진을 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내 의도가 아니었다. 하드웨어의 결함으로 인한 복구 불가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사라져 버릴 운명이었으니까. 2002년부터 찍었던 사진을 한 곳에만 저장해뒀던 나의 부주의함이 원인이었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은 자신만의 소유물이자 절대 남에게선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이고 독자적인 느낌이 있었고, 그렇게 패쇄적인 것은 결국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확률이 높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리고 찾아오는 공허함. 여기까지 적은 내용은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만큼 엄청난 충격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3일 연속 술을 마실 정도였으니까. 술 잔을 비우고 비워도 계속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셔터를 ..

비가 왔던 5월 14일 오후의 기록

비가 계속 내려서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날이다. 하늘마저도 계속 같은 표정을 짓는 것처럼 하루 종일 흐리기만 하다. 좋다. 이런 느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환상은 아주 잠시나마 마약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으니까. 우산을 대충 어깨에 걸치고 쭈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기분이 어떤지 비흡연자 (물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지 않았던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들은 분명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다른 이가 쭈그려 앉아 담배를 건내고 불을 붙여준 후 우산을 아주 조금 더 그 사람 쪽으로 치우치게 하여 그 사람을 비로부터 보호할 때, 바로 그 때 느껴지는 내 젖은 어깨. 하지만 담배는 절대 비를 맞아선 안되며 나보다 더 소중한 것처럼 여기는 걸 깨달았을 때, 난 실소를 지었다...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왜 슬퍼하는지 이해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것이 가장 안 슬프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인데 왜 굳이 더 슬퍼지려 하는 것일까. 같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것이 가능하지 않을 땐 아예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만들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데. 왜 자꾸 실낱같은 가능성에 목매다는 것일까. 결국엔 다 잘 살게 된다. 불행해지려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 Bara -

같길 바라지 않았었다.

1. 너무 많은 것들을 순식간에, 별 생각없이 결정하곤 한다. 담배를 피우고 버려진 꽁초와 같이 무언가를 결정하면 그 후엔 대부분 후회가 뒤따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뭐때문에 그리 한 걸까?" 2. 그렇게 한없이 생각하다보면 점점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게 된다. 어떤 이는 최대한 자신의 잘못을 작게 하고 다른이의 잘못을 크게 하는 성향이 있는데 난 이 것은 하나의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보다 더 가볍고 편안하게 하기 위한 요령, 난 그런 것이 없다. 이 것은 아마도 내 안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끝마치고 싶어하는 나만의 성향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모든 이가 알고 있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나쁜 사람" 혹은 "이상한 사람" 이 되..

2011. 7. 12.

봄은 이미 한참 지났지만 이 곡은 분명 걷는 이의 걸음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오랜 잠수생활을 접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1~2년 정도의 잠수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 정체되있는 내 기억과는 확연히 다른 혹은 아주 약간 변화한 그들의 생각과 발언에 약간 놀라기도 한다. 세상엔 절대 불변이란 없는 것이다. 덕분에 난 더더욱 그 동안 못봤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과연 한결같음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마음만으로 한결같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혹 있다면 어떠한 모습이며 그렇지 않다면 한결같음의 유효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내가 생각하는 한결같음이란 어떠한 것을 쫓는 것. 목적과도 같은 존재가 있을 때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