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Diary

5.19.2007

bhbara 2007. 5. 19. 05:45

인천을 다녀왔다.

지하철타고 1시간 거리, 그 시간을 달래기 위해 난 "개똥벌레"라는 책을 들고 갔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책이 읽혀서 1시간의 반인 30분을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데 소비하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분명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아무 생각도 안하는데? 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군, 아무 생각이 없을때란 눈빛에는 초점이 없으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그럼 난 30분 동안 죽어있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때쯤 목적지인 주안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먼저 문 앞에 서서 빨리 나가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승부욕일 수도 있겠고, 또 다르게 보면 단지 그냥 급한 일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 제일 뒤에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쭉 보며 느긋느긋 걸어 개찰구에 표를 넣고 나와 511번 버스를 탔다. 창문을 바라보면서, 30분 전에 내가 바라보았던 창문과 지금의 창문은 180도 다른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창문은 의식이 있는 창문이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깨져버릴 수 있을 정도로.

인하대학교에 도착하여, 친구의 시를 읽고, 사진을 찍고, 1000원짜리 핫도그를 사 먹었다.
케첩을 뿌리지 말아달라는 것을 깜박 잊어서 엄청 싫어하는 케첩을 한 웅큼 입에 베어 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맛있었어. 1000원치고는 꽤 괜찮네." 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핫도그의 맛과 가격보다 불이 너무 세서 탈 것 같은 프라이팬의 연기를 걱정하는 것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즉시 그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곧 나를 틀에 넣어버리는 행위 혹은 생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분명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엄청 많았나보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이럴때 이야기를 못하면 그 자리에서 싱글벙글 웃어도 후에 난 불만족한 사람이야 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적극적인 사람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더 유리한 것 같다. 소극적이어서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은 분명 집에 가서 베게를 끌어안고 스스로 대화를 하게 될 확률이 커질테니까. 혹은 몰라. 라고 생각하거나, 역시 난 그 아이밖에 없어.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거나. 나도 그런 사람인가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나도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난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이 어제 일이었는지 엊그제 일이었는지 혼동되고 있다. 분명 내 입을 통하여 전달된 말들은 내 머리속에서부터 나온 말들이었을텐데, 그 것이 혼동 된다는 것은 난 인천에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의식중에 이야기 했을까?
"왜이리 멍하지? 현실 세계가 아닌 것 같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그 순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 했을 것이다.
꿈을 꾸고 온 기분.
인천을 다녀오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분명 그 곳이 내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멀어진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Bara -

'Old Bara's Blog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31. 2007  (0) 2007.05.31
5. 25. 2007  (0) 2007.05.25
5.16.2007  (0) 2007.05.16
제 소개입니다.  (8) 2007.04.30
Bara's Blog.  (0) 200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