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때가 언제니?"
난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해가 질 때." 라고 대답했다.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니?" 라고 되물었다.
"그런 생각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 걸?" 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에 "잘못한게 있으면 해가 질 때 고백을 하렴." 이라는 말을 자주 했을 때가 있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겹쳐지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역광에 비춰진 사물들같이 느껴졌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어찌할 수 없어야 정상인데도 그냥 취해서 실없이 웃는 사람들처럼.
점점 어둠이 다가오는 것처럼 분노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 때는 그런 내 자신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석양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기 시작했다.
귀에 엠피쓰리를 꽂고 5~6시(겨울엔 4~5시)에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갈 때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진다.
그렇게 나와서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걷는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질 때가 온다.
그 때 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후로 한 동안 내 귓 속에 머문다.
행복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 만큼 무척이나 쓸쓸함을 느낀다.
아쉽게도 난 태양처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해가 지는 것을 보면서 무감각해져가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먹먹하다.
가끔 해가 저문것도 모른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해가 지는 순간 있었던 여러 추억들이 사라져가는 것도.
어짜피 흐르고 흐르는 이야기 중 하나겠지만.
그냥 그랬다.
- B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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