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Thinking

Thinking 54.

bhbara 2010. 1. 29. 10:07



KTX 역에서 무척 짧은 대화를 나눴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미래를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은 이렇다 저렇다 주저리 주저리 말은 잘 하지 않아?" 
"알지도 못하니까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하는 것 아닐까?"
"알지도 못하고 말한다는 것은 너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망상은 위험한 것이지."

이렇게 이야기하자 그 아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도저히 그 아이가 KTX를 타는 시간까지 설명을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말하면서 대화를 끝냈다.
대신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라고 그 아이의 손바닥에 "Jazztronik - Future Talk"를 적어줬다.
사실 무척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아마도 그 순간 무척 귀찮음을 느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미안함이 뒤늦게 밀려와서 분명히 구하지 못했을 노래인 이 노래를 배경음으로 그때 말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말해볼까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사람은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함은 모험을 떠나서 저 동굴 속엔 뭐가 있는지 모르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는 이 것이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것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즉 공간과 사물에 관한 것이 아닌 시간적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바로 내가 KTX 역에서 생각했던 미래이다.
하지만 미래라는 것이 어찌보면 참 포괄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시간이라는 굴레 안에 포함된 존재이고, 이 것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약간의 포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누구도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살기를 원하지 더 안 좋은 미래를 살기를 원하진 않을 것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으며, 이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해서 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미래에 대해서 논하면서 실제로도 스스로를, 상황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망상이라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것이다.
나는 망상이라는 것은 오해의 한 범위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을, 상대방을, 세상을 오해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나는 뭔가 될거야." 라고 생각한다던가,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거야." 라던가,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어." 와 같은.
엄밀히 따져보면 미래를 자기 혼자 만의 세상으로 단정지어버리는 독재 정치를 하는 것 같은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것은 진실된 미래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짜맞춰진 거짓의 미래를 논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미래에 자기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망상은 위험한 것이다.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만들어 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Future talk에서 어떤 비트가 나올지, 어떤 악기가 사용될지 곡 전개는 어떻게 될지 처음 듣는 사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알아간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는 그 곡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곡을 구성하며,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눈다.
미래를 논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샌가 현실이 되어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그 안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참 멋지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무척 어렵다.
확실히 나는 생각을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라도 이렇게 표현하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그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떠나기 전에 같이 있었던 장소의 사진과 음악을 올린다.


- Bara -

'Old Bara's Blog > Thin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inking 56.  (13) 2010.03.29
Thinking 55.  (3) 2010.02.13
Thinking 53.  (9) 2010.01.05
Thinking 52.  (2) 2009.09.15
Thinking 51.  (7) 2009.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