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도 쉽게 많은 것을 접한다.
미디어를 통해서 그리고 직접 두 눈으로, 이 곳 저 곳 발로 뛰어다니면서.
접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곧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여과장치가 고장난 정수기와도 같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한 사람이 되긴 원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은 사람.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되길 바라는 모습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는 것이 있는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이럴 때 남자는 무척이나 괴롭다.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
울지 마라. 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라.
적어도 남자라면 이 정도 쯤은 해내야지.
쓰러져도 좌절하지 마라.
이 정도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사람이다.
남자라고 해서 철저한 사명감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불길을 헤쳐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그 것을 불변의 법칙이라고 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남자 자신이 정한 것이다.
그 것은 왜 일까.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떄문에 내 여자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내 가족, 내 친구, 내 일, 내 꿈 모든 것들.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더 강해지려고 한다.
그 것은 바꿔말하면 자신도 소중한 존재에게 지켜지고 싶다는 것.
그렇기에 울음을 참는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술 한 잔 삼킨다.
이 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허풍을 떨어본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소리친다.
그렇게 한 방에 무너진다.
낡은 기둥이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한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 처럼 남자는 그렇게 무너진다.
그렇게 한 남자가 점점 작아진다.
남자는 그렇게 작아지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난 이제 그 작아진 남자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정말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의지하지 않고 우뚝 서있는 남자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있어서는 안된다.
그건 너무도 불합리한 상황이지 않은가.
난 이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눈물 흘리고, 슬퍼할 줄 알며.
쓰러지면 도움을 청할 줄 알고.
견디기 힘들 때 잠시 중단하고 쉬기도 하는.
그렇게 남자가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 Bara -
'Old Bara's Blog > And so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 마주 보고 대화하고 싶었어. (2) | 2009.04.25 |
---|---|
바다 (3) | 2009.04.18 |
벚꽃. (9) | 2009.04.10 |
사랑6. (7) | 2008.02.10 |
집착. (0) | 2007.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