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Diary

7. 5. 2007

bhbara 2007. 7. 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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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기력한 날이 또 있을까?
무엇을 했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꿈을 꾸는 것 같은 날이다.
내가 지금껏 무슨 존재였을까?
이 것을 생각하기엔 들춰낼 기억에 먼지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살짝 어두워진 날은 참 쓸쓸하다.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즈음 고양이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경계의 자세로 나를 쳐다보길래 마침 들고 있던 빵 한조각을 휙 던져줬다.
고양이는 아직도 경계하는 자세로 빵을 이리 저리 관찰하다 이내 먹기 시작한다.

"이 바보야. 빵 먹는 고양이가 어디있어. 생선을 먹어야지"

난 고양이에게 주절 주절 이야기를 했다.
고양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빵만 열심히 먹어댔다.
내가 옆으로 다가가도 상관 없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는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약간 갈갈대는 소리만 낼 뿐 전혀 공격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너도 뭔가를 줘야 마음을 여는구나."

왠지 고양이가 참 사람같이 느껴졌다.
고양이는 빵을 다 먹고 나를 한번 쳐다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고양이가 사라진 그 공간을 한참동안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난. 무엇을 줬을까?'

갑자기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는 생각에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이 기분 오래 가지 말길 이라고 바랬다.


- B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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