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Diary

7. 7. 2007

bhbara 2007. 7. 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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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로 그 날이었다.
그동안 밀린 잠을 한꺼번에 다 자는 날.
새벽 1시쯤 잠들었다 싶었는데 눈을 뜨니 오후 4시다.
이런 날엔 정말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어진다.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슈퍼에 담배를 사러가기 싫어져 담배를 안 피는 것만큼 말이다.
그렇게 3시간을 컴퓨터 바이러스를 검사하는데 소비한 나는 갑자기 바람이 쐬고 싶어졌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던 차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
난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지금껏 쭉 지내온 결과 모르는 번호를 받는 것 보단 안 받는 것이 더 나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무시하고,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보면서 난 이 사람은 포기하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았다.
일부러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먼저 듣기 위함이다.

"여보세요??"

전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함은 내게 그다지 소중한 기억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억측이다.
왜냐하면 난 전화를 그다지 하지 않는 부류에 속하니까.
확실히 실제 목소리와 전화 목소리는 다르다.

"누구신지?"
"너무 오랜만이다. 나 기억 할라나."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누구냐고 물어볼 것 아니냐' 하고 생각을 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걸."
"물론 그럴 꺼야. 시간이 꽤 오래 지났으니까."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다.
그 시간만큼 서서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이, 난 지금 뭔가를 깊게 생각할만한 기분이 아니라고.'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그냥 어쩌다가 전화하게 됐어. 번호는 친구한테 물어봐서 알게 됐어. 그 친구 알지?"
"이봐. 난 그 친구보단 당신이 누군지 더 궁금하다고."
"아... 왠지 말하기가 싫어. 미안."

'뭐야 이건. 싱겁긴' 이라 생각을 했다.
이건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말하기가 싫은 것이라고 나 혼자 결정을 내렸다.

"아. 그래. 그럼 뭐 다른 용무라도 있나?"
"아니. 없어. 잘 지내렴."

전화가 끊겼다.
요즘 핸드폰은 신호음도 없나보다.
순간 모든 세상이 음소거 상태가 된 듯 한 기분을 느꼈다.

'누구지?'

잠시 동안 깊게 생각했으나 역시 그만 뒀다.
오늘은 전혀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할 기분이 아니니까.
그리고 밖에 막 나가려던 참에, 떠올랐다.

"아... 그 사람이었어..."

난 대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런 뜬금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 B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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