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With Music

조규찬 - 잠이 늘었어

bhbara 2012. 9. 6. 03:06





 잠이 늘었다는 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난 잠을 깊게 자지 못하게 됐으니까. 그 것은 무척 어렸을 때의 일이다. 그 어떤 이유가 없었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무척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 풀지 못하는 숙제와 같은 문제의 해답을 딱 내려주니까. 그 것은 바로 무언가를 극복했을 때의 안도감. 바로 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에서 무척 인상적인 가사는 거울 속 나를 피하지 않게 됐다는 가사였다. 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크나큰 실패를 경험했을 때도 거울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도 거울을 보고 아무 느낌이 없었다. 과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피하는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아직 내가 느끼지 못한 좌절감이 있다는 느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난 그저 그 슬픈 내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었는데 말이다. 바로 이 곳에서 내가 잠에 관한 개념이 다른 이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난 아직 진공관 속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심해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극복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슬픈지도, 무엇이 기쁜지도, 사실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 뮤비 처음 시작할 때 홍어 가게 앞에서 미소를 짓는데, 그저 누군가와 홍어를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일방적인 소통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느낌. 이해가 될까?


 무척 단순하지만(생각에.)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는 이 감정의 숙제를 풀면, 나도 아마 푹. 잠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생각하면서 오늘도 늦게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