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ara's Blog/With Music

김신우 - 오늘이 가면

bhbara 2012. 9. 4. 06:00






 "오늘이 가면 비가 올거야. 아니 사실은 오늘이 가기 전에 비가 오겠지.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내일은 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지. 그 생각하는 시간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마구 마구 기억나는거야. 이걸로 드라마 30편 정도는 쓸 수 있을걸."


 예전에 친구와 영상 작업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하지만 곧 그 진부함에 실패할 것이란 결론이 바로 나왔고 순식간에 잊혀졌다. 그 때 들었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다. 하지만 그 때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는 그 후로 이 곡을 자신의 래퍼토리에 추가를 시켰고, 부를 때마다 사람들이 누구의 노래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그럼 김신우의 곡이라고 대답을 할 때마다 우리가 나눴던 그 때가 기억나고, 그 이야기처럼 내일이 오기까지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글을 쓰면서 적어도 10가지 이상의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이 노래는 노래방에 없다. 그래서 반주가 없이 부르는 경우가 꽤 많은데, 뽐내지 않는 이상 반주 없이 듣는 노래는 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전화로 불러주는 노래를 들을 때 웃으면서도 집중해서 듣게 되는, 노래를 잘하든 말든 이 것이 상대방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라는 마음을 확실히 전달받게 되는 그 순간, 노래 가사도 더 잘 들리고 마음에 제대로 세겨지는 것이다. 덕분에 내 주변엔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난 가끔 사람들에게 노래를 잘 못 불러도 일단 부르면 그 걸로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원래 노래란 불렀을 때 더욱 크게 와닿는 법이니까. 이렇게 좋은 곡은 못 불러도 마음을 울리게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전혀 망설임 없이 노래를 부르면 대부분 미소를 짓는다. 혹 어떤 이들은 울기도 했지만.

 
 친한 아이가 유학을 가고 1년이 지났을 무렵 전화가 왔다.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나야." 라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아..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생각되는 느낌. "잘지냈어?" 라고 이야기하면 잠시 정적이 흐르는 그런 순간. 그 때 나는 "나 요즘 연습하는 노래나 한 곡 불러볼까?" 라고 이야기 했고, 그 아이는 웃으면서 "1년만에 전화했는데 뜬금없다 너도." 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부르고 그 아이는 "응. 맞아. 이제 다시 못 볼 수도 있어." 라고 이야기 하면서 울었고, 여기서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좋아서 울고 있구만." 이라고 이야기 했고 그 아이는 계속 말없이 울기만 했다. 그리고 그 결혼 상대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통화료 때문에 끊어야 한다는 말에 "한국 기억도 안 날 만큼 행복하게 잘 살거니까 걱정말아." 라고 이야기 했다. 그 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 행복한 가사의 곡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 것이 즐거운 기억이든 씁쓸한 기억이든. 기억은 기억을 낳고 다른 기억을 불러온다. 그 것은 이어진 기억일 수도 있고 동떨어진 기억일 수도 있다. 오늘 이 노래가 생각난 것도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올 예정이라는 것을 보고 떠올랐던 기억이니까.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새벽이라는 것. 이렇게 일을 나가기 전에 난 또 꽤 많은 기억을 생각하고 그만큼의 감정을 느끼고 이어폰을 끼고 밖으로 향한다. 날이 흐린 걸 보니 정말 비가 오려나보다. 우산을 챙겨야지. 이렇게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