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Thinking

Thinking 41.

bhbara 2009. 4. 11. 05:47







도무지 잠을 못자던 때가 있었다.
3일에 한번 자면 성공적이라 생각했었던 그 때, 뭐 사실 잠 못자고 이런건 매우 일상적이니까.
그리 특별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다.
창문을 보니 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모기장 뒤의 달은 사진을 찍으면 저렇게 무늬를 내면서 퍼진다.
"흔적을 기억해주세요. 전 당신을 항상 지켜주고 있다구요"
하고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번 하고 제대로 달 사진을 찍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한 대 피면서 달 사진을 찍었다.
달 사진을 찍을 땐 야경을 찍을때보다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찍어야 한다.
그래야 달의 얼굴을 구석 구석 살펴볼 수 있다고 어떤 분이 내게 이야기를 했었지.
그렇게 결과물에 만족을 하면서 다시 담배 한 대를 필 때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앞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뭘 하고 싶어?"
"1시간 이라고?"

나는 저 질문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한 번도 생각 안 해 본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치고.
'뭔가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1시간이나 시간을 준다고?'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
"그렇게 순발력이 없으면 시간은 계속 흐른다고."
"이건 순발력이 문제가 아닌 결정력의 문제인 거 아닌가?"
"그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 본능이냐 이성이냐의 차이인거지."
"아니.. 난 지금 어떠한 존재에게 내 1시간을 바치느냐를 결정하고 있어. 그러니 순발력은 필요 없는 거야."
"아무튼 잘 생각을 해봐."

한참을 생각을 했다.
마시고 있던 너무 설탕 시럽을 많이 넣은 커피를 한 구석에 밀어내고 드디어 난 입을 열었다.

"쭉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응."
"1시간이라는 것은 정하나마나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어찌됐건 나는 그 1시간동안 너와 있을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또 생각해보니까 그 1시간의 전에도 우리는 아마 같이 있을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 만나잖아.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지. 
그렇기에 딱히 뭘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하던데로, 그냥 생각하고 느끼는데로 그렇게 1시간을 보낼 것 같은 걸?"
"흠 그렇구나."
"근데 이 이야기는 왜 물어본거야??"


"앞으로 1시간 뒤에 너랑 헤어질거라서."



- B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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