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때가 언제니?" 난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해가 질 때." 라고 대답했다.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니?" 라고 되물었다. "그런 생각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 걸?" 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에 "잘못한게 있으면 해가 질 때 고백을 하렴." 이라는 말을 자주 했을 때가 있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겹쳐지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역광에 비춰진 사물들같이 느껴졌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어찌할 수 없어야 정상인데도 그냥 취해서 실없이 웃는 사람들처럼. 점점 어둠이 다가오는 것처럼 분노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 때는 그런 내 자신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석양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