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ara's Blog/Diary
2009.4.19
bhbara
2009. 4. 19. 05:16
어제는 참 평온한 하루였다..
"김범환 고객님 맞으시죠?"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간만에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런 전화로 잠에서 깬다는 것은 참 서글프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 벽을 바라본다. 그 곳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
그 벽에 새겨 넣은 내 생각과 마음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것이 마음에 들어서 난 오늘도 벽에 내 생각 하나를 새겨넣었다.
아마도 오늘 새겨 넣은 것은 무작위의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미는 내가 일어난 것과 상관 없이 자고 있다.
언제나 행동을 종 잡을 수가 없는데, 저렇게 자고 있다가도 또 어떤 때는 새벽에 혼자 일어나 아무도 없는데 점프를 한다.
미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광견병 주사를 언제 맞췄지?" 라고 생각을 해봐도 알 길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키운 것이 아니어서 그 저 아는 거라곤 주사 다 맞았다는 것 뿐이다.
갑자기 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너무도 부족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라고 이야기 했더니 쓱 일어나 내 곁으로 온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뻐 보여서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물어 뜯는 걸 좋아하는 미니핀이어서 개 목걸이를 사면 남아나질 않는다.
이번 목걸이도 일주일을 견뎌내지 못했다.
"임마. 니가 목걸이 물어 뜯으니까 밖에 못 데리고 나가잖아. 요즘은 니 친구들 목걸이 안하면 산책도 못한다구."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이 아이는 점프만 한다. 내 몸을 손으로 툭 툭 치면서
"알겠으니까 빨리 올라가자구"
하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얼른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주 간만에 삼각대를 들고 올라갔다.
내가 삼각대를 쓸 때는 3가지 경우로 한정이 돼있다.
첫째, 전신 사진을 찍을 때, 둘째, 야경 찍을 때, 셋째, 손이 심하게 떨릴 때.
미미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요 근래 들어 누군가와 같이 사진을 찍은 것이 손에 꼽는다.
상대적으로 혼자 찍은 사진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외롭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분명 무언가가 결여 되있을 것이리라.
그래서 사진 찍은 것을 보면 "뭔가 느껴져요~" 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내가 찍은 사진과 비슷한 점을 발견했을 때, "아 이 사람도 이런 기분으로 사진을 찍었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같이 사진 찍을까요?" 라고 이야기 하진 않는다.
생각만 해도 우중충 할 것 같다.
혹은 텅빈 웃음을 지은 채 어색한 브이를 하면서 같이 사진 찍었다는 것을 강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런 사진은 정말 싫다.
하여튼 간에 "이제 같이 사진을 찍어보자." 하고 생각을 했다.
같이 찍히는 것도 좋고 같이 찍는 것도 좋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내게 찾아와 "저기, 같이 사진 찍어요." 하고 말을 하면 "기다렸어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접고, 삼각대를 고정하고 타이머를 맞췄다.
타이머 설정 후 10초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불쑥" 이라는 단어가 참 정겨운 단어였구나 라고 생각을 한다.
"미미야. 이리와."
가뜩이나 짧은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오는 미미를 보면서 난 웃었다.
그리고 난 느꼈다.
찰칵 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그 찰나에.
아까 기분 나빴던 것은 다 잊어버리고 참 평온했었다는 것을.
- Bara -